반야월 '음악인생 70년' 맞아
 
日서 노래 취입하려는데 '모친별세' 전보…
눈물 흘리며 부른게 '불효자는 웁니다'였죠
▲ 원로 작사가 겸 가수 반야월
(93·본명 박창오)옹.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난 평생을 노래에 미쳐 살았던 사람이에요. 그런 내가 70년 동안 사랑받고 살았으니, 그야말로 인생이 언제나 행복이었던 것이지요. 내 노래를 아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원로 작사가 겸 가수 반야월(93·본명 박창오)옹이 데뷔 70년을 맞았다. '울고 넘는 박달재' '산장의 여인' '단장의 미아리고개' '무너진 사랑탑' '열아홉 순정' '소양강처녀' 등을 작사하고 '불효자는 웁니다' '꽃마차' 등을 노래했던 그다. 5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노블레스 타워에선 70주년을 맞은 반야월옹을 위한 헌정음악회가 열렸다. 반야월옹의 딸 박희라, 가수 최유나를 비롯한 100여명의 가수가 모여 반야월옹을 위해 노래하고 시를 낭독하는 자리였다.

반야월옹이 처음 데뷔한 건 1937년. 조선일보가 주최한 '전국 가요음악 콩쿠르대회'에 1등으로 당선되면서 가수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이듬해 녹음해 레코드판으로 펴냈던 노래가 바로 '불효자는 웁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콩쿠르에 당선되고 일본 가서 노래를 취입하려는데 '모친 별세'라고 전보가 온 거요. 눈앞이 캄캄해지고 목이 메서 노래를 할 수가 있어야죠. 눈물을 흘리면서 겨우겨우 녹음을 하고 황급히 귀국했는데, 그렇게 녹음한 노래가 대히트를 친 거지요."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목소리엔 회한(悔恨)이 섞여 있었다.

당시 그의 예명은 '진방남'. '반야월(半夜月)'이란 이름은 훗날 작사가로 전업하면서 새로 지은 것이다. "수줍은 반달처럼 50점짜리인 인생"이라는 뜻이라고. "항상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고,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붙인 이름이다.

반야월옹이 이런 이름을 택한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그가 남긴 주옥같은 노래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불효자는 웁니다'만큼이나 슬픈 사연 속에 탄생한 곡. 한국전쟁 때 가족들과 함께 미아리고개를 넘어 피란하던 길에 다섯 살 난 딸 아이가 그만 숨지자 그 애끊는 마음을 노래로 옮긴 것이다.

그야말로 체험과 삶에서 나온 노래들. 그래서 반야월옹은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노래들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번도 머릿속 상상만으로 가사를 쓴 적이 없어요. 내게 노래는 결국 인생인 셈입니다."

반야월옹은 그래서 요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쉬운 맘을 금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참 없어요. 포장만 바꾼 사랑노래들만 판을 치고…. 노래는 눈물이고 시라는 걸, 다시 알려주고 싶습니다. 정통가요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2009.11.06.

 

불효자는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