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와 깜짝 데이트

코로나 사태로 성묘를 가지 못하다 처가 가족들과 성묘를 가서 오랜만에 만나는 손자뻘의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에 반갑고 크나큰 소중한 선물 꾸러미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중의 큰 처남의 손녀는 더 어려서도 특출 난 애교 덩어리였다.

산소애서 배례를 끝내자, 그 손녀는 그 탱탱한 조그만 손으로 쪼글 해져가는 이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저 쪽으로 끌고 간다.

나도 그 손을 내 큰손에 감아 싸며, 감동에 젖어 들어 가는 중에 이 손녀가 땅 바닥만 쳐다보며   "할아버지 하늘이 참 맑 죠?"    갑자기 이 한마디에 급히 "그래" 한마디만 하며 그 다음말이 필요 없어졌다.

7살의 어린 소녀가 연인에게만 할 말을 이 할애비에게 어린 고운 목소리로 담담히 던지는 한마디에 갑자기 하늘이 더 맑아지는 것과 사랑의 포근함이, 이 이상 되지 않을 것 이라는 흥분에 어제 오늘 어쩌지 못하며 지냈다.

이 손녀가 바로 이틀 전 할아버지 그림을 그려준 감동 소녀 "조세인"이다.

2020-05-17. 윤석구